위대한 오디세우스의 후손께서는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아니, 꽤 크게 화가 나 있었다. 사실은 이 별달리 대단치도 않은 돛대 하나짜리 배에 항해사로 올랐을 때부터 계속 화가 나 있었다. 오데사가 이 오갈 데 없는 울화를 통째로 화살로 쏟아부은 결과로, 최근 몇 번의 해전에서 아드레스티아는 선체에 거의 아무 손상도 없이 화려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마지막...
"거기 누구 있습니까." 세레트는 흠칫하며 물 속으로 반쯤 가라앉혔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갑작스런 인기척은 현자 슈나이드라의 것. 그는 몸의 눈을 닫은 대신 한정없는 지혜를 얻은 자였다. 허나 아무리 장님이라 해도 그 앞에서 이 꼴로 있을 수는 없지, 세레트는 최대한 물소리가 나지 않게 연못가로 빠져나와 조심조심 겉옷을 뒤집어썼다. 햇살을 먹은 두터운 망...
"상향 님." "들어오라고 해." "저, 도독님께서-" "알고 있으니 어서 들라 해!" 차 같은 건 필요 없다 말하는 상향은 확실히 화가 나 있었다. 상향이 주 도독을 제 처소에서 보는 것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그야말로 기껍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면전에서 신이라도 던져 내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만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미 접견...
추수철 밭모양마냥 짚풀을 덮어쓴 배가 꼭 이십 척. 머릿속에서 굴려보았던 모양보다는 썩 볼만하다고 량은 생각했다. 온후한 강동이라도 겨울밤은 차디차, 포를 두른 어깨를 한 번 바르르 떨고 나루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배를 몰아 적진으로 향하는 일인데 맹방의 귀인을 홀로 보낼 수는 없다 하며 자경이 따라오리라 하였다. 무슨 기막힌 일을 벌일까 걱정도 어련하...
랑야산에 사람들이 드나들기를 돌길이 닳아 모래가 되도록 한다 하였으나¹ 막상 발을 들이고 보니 산세는 인적이 없는 것마냥 적이 험했다. 금릉 바닥에서 갖은고생을 다 해 거칠 것이 없는 진반약도 랑야각 문턱을 넘을 때쯤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혹 나를 골탕먹이려 일부러 험한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해 보았지만 확인해 볼 길이 없는 것, 혹 후...
“…내가 왜 너랑 같이 이치노세 생일선물을 사러 나와야 하는 건데?” “새끼양을 데리러 갔는데- 새끼양은 없고 너만 있었으니까.” 정말 멋대로기로 따라올 사람이 없다. 이치노세 토키야- ‘잇치’의 생일까지 약 여섯 시간, 맞춰 대려면 시간여유도 별로 없다며 토모치카를 반 억지로 끌고 나온 것치고는 진구지 렌의 걸음걸이는 한가하기 짝이 없었다. 생일까지 여섯...
붉은 술 저, 교위님. 익숙한 목소리에 하후연은 새삼 소스라쳤다. 하루종일 기다린 목소리였으나 그것이 담아온 어조는 썩 반갑지 않았다. 게다가 낯선 호칭을 달아 낯설게 머뭇머뭇하는 모양까지, 그 모든 것이 목마른 마음에 흡족할 리 없었다. 일어나 맞으러 나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앉은 채 목만을 가다듬어 언짢은 기색을 숨기고 화사하게 답했다. “시연아, 어서...
가약佳約 “-해서 운남도 당분간은 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보고를 마친 제갈량이 죽간을 단정히 말아 손 앞에 놓았다. 유비가 께느른히 앉아 서안에 턱을 괸 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 색이 짙어지려는 바깥 숲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지겨워.” 한참 후 유비가 툭 던져놓은 말은 군의장 바닥에 결코 은은하지 않은 파문을 그...
아무거나스 안가리고스 마구머거스 @z__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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