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쳤나봐…" 유리는 스포츠백을 침대에 집어던지고 그 위에 쓰러졌다. 이제는 본 용도와 다르게 책과 필기구나 겨우 운반하는 텅 빈 스포츠백이었다. 비죽비죽한 필통이 배를 찌르자 기다린 듯 신음이 새어나왔다. 방금 안유리는 정대만의 멱살을 잡고 왔다. 멱살만 잡은 게 아니라 키스도 하고 왔다. 그게.. 그게 키스인가? 좀더 사실에 가깝게 입술박치기라고 하...
1 그러니까 그건 정대만이 오중식에 서태웅까지 죄다 집에 보내고, 하필 그날따라 늦잠을 잔 덕에 못 한 아침 슛 연습량을 뒤늦게 채우고, 체육관 앞의 무시무시하게 어두워진 길을 걷는 게 왠지 기분이 나빠 가로등이 환한 쪽을 따라 걷다가 생긴 일이었다. "아." 궁도장 문을 잠그고 나오는 여자애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누구더라? 굳이 마주칠 필요도 없는 눈을...
0 본편 없는 특별편(......) 열두살 위 남자랑 만난다고 했을 때 엄마는 기함했지만 정대만이라고 하니 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고 빠른 납득을 했다. 내가 얼굴 밝히는 건 엄마를 닮았고 그건 엄마도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몇 시간이 지난 후 결국 참지 못하고 이왕 농구선수면 강백호는 안 돼? 하고 물었다. “엄마, 강백호 옛날에 결혼해서...
"소연이 찾지? 잠깐만 있어봐. 불러다 줄게." 3학년 1반의 이름모를 여학생은 태웅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창가로 뛰어갔다. 교실 뒷문에 구부정하게 머리를 들이밀다 만 말 그대로 문짝만한 소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복도로 물러나 소연을 기다렸다. 농구부 에이스 주장 서태웅. 농구부 매니저 채소연과 아무리 용건이 많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
* 유비 루트 주유, 단금과 소꿉친구인 여성 문관 드림주 눈을 뜬 곳은 전장이었다. 급하게 옆을 돌아보니 백부가 서 있었다. 아니, 떠 있었다. 땅에서 한참 떨어진 발을 허우적대는 대신 소맷자락을 온몸에 꽉 감아쥐었다. 백부가 바싹 다가와 움츠린 어깨를 감싸안았다. 차가웠다. 아니, 차가운 것 같았다. 이것은 꿈일 테니 차고 덥고가 애초에 있을 리 없다. ...
알바를 끝낸 호열은 세워 둔 스쿠터의 자물쇠를 풀었다. 여름밤 하늘은 색이 예뻤지만 어쨌든 열 시가 다 된 늦은 시각이었다. 내내 놀아제끼다 일까지 했더니 뒤늦게 피로가 몰려와 호열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3일의 근신 처분이 끝난 기념으로, 백호 없는 백호군단은 그날을 꽉 채워 기념 파티를 하기로 했다. 중학생 시절 어른처럼 보이려고 입었던 화려한 ...
시연은 일찍 일어났다.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돌아온 후 내내, 그러니까 의문의 실종 사고를 겪기 전에 비해 두 시간씩 일찍 일어났다. 잠을 설치는 것도, 악몽을 꾸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르신 같은 잠버릇이 들었을 뿐이기에, 딸아이가 젓가락만 잘못 달각거려도 화들짝 놀라던 부모님조차 이 이른 기상에는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놓았다. 물론 시연은 이 새로운 ...
처음엔 여느 때와 뭐 하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저녁이었다. 훈련 막바지에 가볍게 넘어졌는데, 하필 휠 쪽에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이십 분 정도 일찍 훈련을 끝마쳤다. 귀가해서는 프레임에서 문제의 휠을 떼어내 놓고, 곧바로 들어가 한 번 더 샤워를 했다.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나와 보니 딱 미키가 돌아올 시간이었다. 시곗바늘이...
“도독, 굳이 이렇게까지…” “이렇게까지 해야 할 때도 있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중얼중얼 덧붙이며 주유가 이불 밑에서 몸을 돌렸다. 빼꼼 내놓은 얼굴은 막 잠에서 깬 사람치고는 말끔하게 수려했다. 미처 넘기지 못한 머리칼 한 가닥이 반듯한 이마를 사선으로 나누고 있었다. 노숙은 막사에도 커다란 창이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새벽 강가의 공기라 ...
시연은 머뭇머뭇 젓가락을 들어 눈 앞의 고깃살을 요만큼 집어들었다. 여기 와서 먹는 물고기들은 대부분이 어쩐지 생선이라 부르고 싶지 않게 생긴 것들이었다. 시연은 이제껏 엄마가 구워 주던 범상한 생선들이 사실은 다 바닷고기들이고, 민물고기는 거의 구워먹어 본 일이 없다는 사실을 천팔백년 전 중국 내륙에 와서야 새삼 깨닫고 있었다. 중국은 미식의 천국이라는 ...
"응, 그거 내 거였는데. 알아보지 못했다니 실망스러운걸." "네 거라고." 단순히 변태에 색골이라는 말이 이 자에 대해 충분한 평가가 될까? 카산드라는 띵해지는 머리에 눈썹을 좁혔다. 나무로 곱게 깎아 꼭 맞는 상자에 수납한 물건에서 특정인을 연상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원본을 본 적이 있냐 없냐로 묻는다면 당연히 있었지만, "바로 기억해...
아무거나스 안가리고스 마구머거스 @z__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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